TV
TV가 집에 없은 지 오래됐다. TV로 볼 수 있어서 “TV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을 본 지도 오래됐다.
그것이 그 자체로 바보상자여서가 아니라, 가장 다수를 위해 만들어져서 빛이 바래기 때문이다.
빌보드판이다.
그곳에는 소비함직한 게 없다. “이미지”라 불리는 건 식상하고, “감동”이라 불리는 건 궤변이다. 심지어 다수가 아니면 오답인 양 행세하니... 그러다 오답이 오답이 아니었음이 새로운 유행을 따라 드러나면, 처음부터 받아들여줬다는 양 180도 돌변하니...
각종 유행에 맞지 않는 출연자들이 못생겼다, 무능력하다, 무가치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하하호호 등장하고, 그걸 또 하하호호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혼란스러워서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저게 불법이 아닌가? 아니라면 소위 말하는 도덕의 개념에 어긋나지 않나? 싶은 일도 버젓이 그냥 방송되고, 심지어 아무도 그게 도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절반쯤은 내 도덕 기준이 아무래도 다수결을 따르지 않아서 그런 것 같고, 나머지 절반은 도덕을 정하는 게 TV라서 그런 것 같다.
가끔 소란스러운 반발이 생기더라도, 그런 건 금새 사그라든다. 동물이 죽어도 사람이 죽어도 그렇다. TV의 절대 도덕에 비하면야, 목숨 따위는 껌값이다. 아니, 껌이 목숨보다 비싸다. 왜냐하면 껌 회사는 광고주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TV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비하면 온 세상 난해하다는 창작물들이 덜 난해하다.
틱톡도 TV보다는 덜 난해하다. (오히려 과잉선명 같다.)
TV가 소비라는 단어 자체에 나쁜 뉘앙스를 부여한 것 같아 슬프다. 얼마나 거기 나오는 걸 곧이곧대로 따라하는 경향이 세면, TV가 곧 소비와 같아졌는가?
소비는 잘못한 게 없다. 돈이란 도구가 없어지더라도 소비를 아예 안 하고 살 수는 없는데, 그게 나쁘다고 한다면 존재는 저절로 나쁜가?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존재가 저절로 선하지 않은 건 확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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