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의 서프라이즈
얼마 전에 낙지 요리를 해 먹을 일이 있었다. 포장되어 나오는, 깔끔한 낙지였다. 다만, 낙지의 형태를 유지하려면 낙지 머리(몸?)를 자르고 갈라 그 안의 내장까지 발라낸 상태로 팔 수는 없으니, 머리/몸과 다리가 일체형으로 포장되었고 집에서 조금 손질을 해야 하는, 그런 애였다.
그런 식으로 산 낙지를 여러 마리 먹어 봤는데, 늘 내장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낙지가 대왕문어도 아니고, 그리 크지 않은 동물이니까, 머리/몸 자체가 작다. 그러니 그 안에 든 것도 적지.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낙지 머리와 다리를 분리하고, 머리를 가르자, 내장 크기가 어마어마한... 아니, 내장 외의 뭔가가 있었다.
바로... 작은 생선이 나오는 게 아닌가!!!
생선은 전혀 소화가 안 된 듯한 상태였으며, 내 검지 손가락보다 길고 통통했다. 낙지 머리인지 몸통인지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야말로 이 생선 말고는 별로 든 게 없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이 낙지는 이 생선을 잡아먹자마자 어선에 잡혔단 뜻인가?!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즉사한 건 아닐 텐데. 그러면 혹시 잡힌 후에 어선에서 낙지가 바로 죽지 말라고 먹이를 주나? 싱싱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려고? 대체 이 낙지는 이 생선을 언제 먹은 것이며, 왜 소화가 안 된 거지?!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사건 이전에는 항상 낙지 머리가 곧 몸통이며 몸통이 곧 머리인 게 난감했다. 머리 없는 동물이란 인간인 나로서 상상이 안 가는데, 그렇다고 머리와 몸을 따로 갖고 있지 않은 낙지의 뇌는 어디 있단 말인가? 평소에 발라낼 것은 내장이 아닌 뇌장인가?
그런데 사건 이후로는 낙지가 지닌 다리 외의 부위는 아무래도 머리보다는 몸통이라 해야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아먹은 생선이 머리에 들어 있을 순 없잖아.
생선은 버려졌다. 뭔지도 모르는 그 생선을 차마 먹을 순 없었다. 그밖에 내장도 버려졌다. 평소처럼, 아주 소량이었다.
그날의 낙지는 그 브랜드의 그 포장 안에 늘상 들어 있던 다른 낙지들처럼 맛있었다. 그러나 나는 평생 기억하게 되리라... 그런 포장 안에 든 낙지도 어딘가에서 생선을 잡아 먹는 거친 녀석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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