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사람 2022년 여름 한아임 공유 곡 (파트 1)
write.as에는 어떤 얘기를 얼마나 쓰는지에 대한 제한이 없기에, 여기에.
여름이라 함은 6, 7, 8월을 뜻한다. 가을은 9, 10, 11월. 겨울은 12, 1, 2월. 봄은 3, 4, 5월.
적어도 그게 오리지널 계획이었는데, 지금 9월인데 가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 생각하면 1년을 네 개의 계절로 나눌 때 정확히 4등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20세기 사람...
아무튼 그러나, 한때는 명확히 봄 및 가을과 구분돼 여름이었던 그 계절에 공유한 곡들에 대한 썰, 고.
1 – killer – FKA twigs
예상보다 대중적이라서 깜놀랐으나 좋았다. FKA twigs의 곡은 뭔가... 마녀. 미래. 그런데 과거. 슈퍼내추럴. 귀신. 뱀파이어. 이런 분위기를 찾을 때 듣는데, 그런 느낌이 유지되면서도 훅적이라서 좋았으...
2 – Saving A Life – Richard Houghten
내가 생각하는 음악적 이열치열. 올 여름은 정말로 너무나 뜨거웠는데, 그때 아예 사막을 연상시키는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러한 플레이리스트를 통으로 만들기도 함. When Paths Cross In the Desert라는 단편 소설과 관련해 만들었던 플레이리스트인데, 배경이 사막이기 때문. 사막에서 물 때문에 벌어지는 사투? 깨달음? 등등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한국어 번역 버전은 아직 없다.)
아무튼 역시 사막엔 기타지... 캬...
3 – Black Out Days – Future Islands Remix – Phantogram, Future Islands
더운 날에 마치 사이다처럼 느껴지는 곡. 그리고 나는 이렇게 ‘이야이야이야’가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보컬이 나오면 왠지 우주가 떠오른다. 중력이 없는 것처럼 여겨져서 그런 것 같다. 곡이 전체적으로 붕 뜬 풍선 구름 같은 느낌도 들고.
얘도 이야기 플레이리스트의 일부이다. 한국어 번역이 있는! 지구 예술 박물관이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는 이야기다.
곁가지 이야기
나는 인생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고, 내놓고 있느냐로 나뉘기 때문에, 음악도 그것과 연관해 듣는 걸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쓴 이야기마다 플레이리스트가 나오는 거다.
마치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와의 연애가 시작하고 끝나는 것에 따라 인생의 연대기를 구성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혹은 많은 사람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고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고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졸업(?)하고 (은퇴하고) 기타 등등으로 연대기를 구성하는 것과 같지.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면 그 연대기를 구성할 물질이 현저히 줄어든다. 대학교 졸업과 은퇴 사이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있으니까. 심지어 나처럼 은퇴? 그게 뭔가요? 먹는 것가요? 하며 은퇴 계획이 없는, 은퇴란 개념 자체가 없는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대학교’라는 확실한 끝이 있는 기관을 떠난 후에는 시간이 흐르는지 흐르지 않는지도 모르게 가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는 것도 뭐, 문제가 될 건 없다만, 주변에서 ‘결혼은 언제 하냐’ ‘애는 언제 낳냐’ 따위의 너나 잘하세요 질문을 막무가내로 던져대면 상당히 골치 아플 것이다. 다행히 나에게는 저런 1차원적인 궁금증을 품을 만한 주변이 없는데, 나 스스로 뭔가 시작함과 끝맺음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 건 부정할 수 없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도 있단 말이지.
그러니 갈증을 채워줄 방법을 찾으면 좋다. 나에게 그 갈증을 채워주는 건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함과 끝남이다. 그러니 음악 듣는 패턴도 이런 것.
4 – Buying Time – Lucky Daye
예. 기타는 그냥 섹시하고요. 기타치면서 노래하는 것도 섹시하고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기타치면서 노래하는 걸로 곡이 시작하면 섹시하죠.
그리고 어쩌다 보니 고막사람에서 나의 시그니처 컬러(!)가 오렌지가 되었는데, 마침 이 노래 커버가 이쁜 오렌지색. 이거슨 운명.
5 – Say It Ain’t So – Weezer
옛날에 무한 반복으로 듣던 노랜데, 갑자기 생각나서 또 한동안 무한 반복으로 들었다. 요즘에 내 안에서는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수시로 튀어나오는 노스탤지아라는 그 감성 때문이다. 그것은 현재의 유행이지만 또 그 단어 자체가 예전에 탄생했고, 그것이 그리워하는 시대가 과거이기에 새것인 적이 있었다고 볼 수는 있나, 의문이다.
여름 노래가 총 14곡인 관계로, 세 파트로 나눠 진행하겠다.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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